믿자 ACTION!!! 웃자 ACTION!!!

문정일 원로 교사 8월 칼럼 2가지


57.커피는 ‘셀프’입니다 (2018.08.25)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으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에 대하여 적합한 우리말에 상당(相當)하는 어휘를 발굴하여 정착시키는 일은 언어교육을 담당한 관계국이나 전문가들이 꾸준히 쉬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야 과제이다고속도로 양쪽에 있는 《갓길》을 영어로는 《어깨》를 뜻하는 단어 《쇼울더(shoulder)》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이 말을 차용하여 《길가의 어깨》라는 뜻으로 《노견(路肩)》으로 불러왔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생기고 직후에 한동안 《길어깨》란 말을 사용해 왔으나 《길어깨》가 일본어 《노견》을 직역한 말이어서 왜색이 짙게 풍긴다는 이유로 《갓길》로 고쳐 부르기 시작하였다. 지금 기억으로는 언어 구사력의 마법사, 이어령(李御寧: 1934~ ) 교수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갓길》은 아주 적절한 우리말 어휘가 아닌가 한다. 고속도로가 갈라지는인터체인지(IC) 우리말로는 한동안 《교차로》로 부르던 것을 다시 《나들목》이라고 고쳐 번역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용어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동차가 《나가고 들어오는 길목》을 간결하게 《나들목》으로 축약한 말이니 얼마나 재치가 돋보이는 용어인가!   


벌써 40 전의 일이다. 내가 근무하던 S고등학교에서 당시 한글학회 이사 한갑수(韓甲洙, 1912~2004) 선생을 강사로 모시고 교사 연수회가 있었다. 그분은 연수회 강연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재미있는 일화 가지를 소개해 주었다. 연수회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서울여자대학교 고황경(高凰京, 1909~2000) 총장의 초청을 받아 갔다가 주고받은 대화를 공개한 것이다. 서울여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식당 벽에는 여러 군데에 <물은 셀프서비스>라고 적힌 글을 보면서 고황경 총장이 한갑수 선생에게 물었다 한다. 선생님, 셀프서비스 우리말로 표현할 없나요?” “우리말에제시중 제가 들지!하는 말이 있으니 시중 어떨까요?그날 일화를 소개하는 선생께서도 시중이란 용어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40 년이 흘러갔는데 아직도 요즈음에 식당에 가보면 벽에는 여전히 《물은 셀프》, 《커피는 셀프》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셀프서비스》가 《셀프》로 줄어들었을 《셀프》란 용어가 아직 토착화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여기에서 생긴 죠크가 있다. 물을 영어로 뭐라고 ~?라고 질문을 하면 정답은 《셀프》라 한다. 물은 셀프라는 게시용어에 객기를 담아 만들어 이른바 넌센스 퀴즈이다. 아직 검증의 단계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이상야릇한 많은 외래어가 우리말로 고쳐지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는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드레싱=맛깔 (2)로고송=상징노래 (3)무빙워크=자동길 (4)브랜드파워=상품경쟁력 (5)블로그=누리사랑방 (6)블루투스=쌈지무선망 (7)선팅=빛가림 (8)스팸메일=쓰레기메일 (9)스타일리스트=맵시가꾸미 (10)엑스파일=안개문서 (11)오프라인=현실공간 (12)올인= 걸기 (13)옴부즈맨=민원도우미 (14)와이브로=휴대누리망 (15)원톱=홀로주연 (16)웰빙=참살이 (17)이모티콘=그림말 (18)콘텐츠=꾸림정보 (19)키보드=글자판 (20)파파라치=몰래제보꾼 (21)포스트잇=붙임쪽지 (22)호스피스=임종봉사자 등등이다. 여기에다 위에서 말한셀프=손수’ ‘셀프서비스=제시중/손수하기등이 포함되면 좋을 같다.


언어도 생명체처럼 새로 생겨서 사용되다가 소멸되는 과정을 겪는다. 따라서 언어가 생성이 되면 말이 합리적으로 사용될 있도록 다듬어서 사용하고 외래어인 경우에는 적절한 우리말로 번역해서 일상생활 용어로 애용할 필요가 있다. 집식구와 동네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벽에 붙어 있는 《커피는 셀프》라는 표어를 보면서 40 ,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의 말씀이 떠올라 심심풀이삼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보았다.


56.우체국 언니, 이웃집 고3학생과 한자교육(2018 08.04)

연전에 번째 수필집을 출간해서 700여권을 국내외에 있는 친지들에게 나누어 드린 일이 있다. 중에는 우편으로 발송한 책이 80 권이 되는데 우체국에 들러 책을 발송할 때마다 나는 아집(我執)이라고 만큼 수신자의 성함을 한자로 기록하는 버릇이 있다. 일산에서 살고 있는 제자이혜경에게 책을 보내면서 우편물 봉투 표면에 반듯한 글자로李惠慶이라고 썼더니 우체국 창구에 앉은 40세는 족히 되었음직한 담당 여직원이惠慶 무슨 글자냐고 묻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탓할 없지만 우체국 창구에 앉은 직원이은혜 (), 경사 () 모른다는 정도가 심하다 싶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우체국이나 주민센터( 동사무소)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한자급수 4~5 정도의 기초한자를 교육할 것을 긴급 제안하고 싶다.

여러 동안 양반다리 자세를 하고 컴퓨터 책상에 앉는 잘못된 습관으로 좌측 엉치부분의 근육에 문제가 생겨 정형외과에서 가까이 물리치료를 받은 일이 있다. 어느 물리치료실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만났다. 학교의 유도부에서 운동을 하다가 무릎을 다쳐 물리치룔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학생은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있었고 그가 입고 있는 체육복 상의에는 좌측 가슴에노도균이라는 명찰이 새겨져 있었다. 얼굴은 익히 알고 있으나 몰랐던 이름을 알게 되니 반가워서자네의 한자 이름이 , 고를 인가?하고 물었더니한자는 몰라요라는 뜻밖의 대답이 되돌아온다. 자기 이름을 모르다니? 내가 한자로 써볼게. (盧道均이라고 정자로 놓고) 글자가 맞나?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그런 같아요라고 얼버무린다. 옆에서 물리치료의 순서를 접수하던 여자 직원이 빙그레 웃는다. 그동안 지켜본 사례로는 자기 이름의 올바른 () 모르는 학생들은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주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3 학생은 처음이다.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말의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구별해서 가르칠 방도가 없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은동음이의어문제는 예문을 들어 가르치면 된다고 하지만 한자를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단어를 보는 순간, 의미가 자동적으로 머리에 입력이 되는 ①의사(義士), ②의사(醫師), ③의사(意思), ④의사(議事), ⑤의사(義死), ⑥의사(疑事), ⑦의사(擬似), ⑧의사(醫事), ⑨의사(擬死), ⑩의사(義師) 등의동음이의어 어느 세월에 일일이 예문을 들어 가르치겠다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없다.


한자 공부는 언어생활이나 글쓰기 훈련은 물론이고 외국어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대학생들이 영문법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용어자체가한자어이기 때문임을 발견하고 특정 문법을 설명하기 전에 한자로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나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30% 정도의 영문법에 대한 학습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하였다. 부정사(不定詞), 부정법(不定法), 부정대명사(不定代), 정형용사(不定形容詞) 등에서부정(不定: 일정하지 않음)이란 용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내가 틈틈이 나가서 소일하는 번역사무실에는 행정자치부장관이 발행해 《외국어번역행정사》라는 자격증과 함께 《한국어문회 한자1 급수증》이 걸려 있다. 한자 실력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려운 한자가 섞인 번역물을 믿고 맡겨도 좋다는 뜻이요, 고객에게 안도감과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번역을 의뢰해오는 서류 중에제적등본(除籍謄本)이란 있는데 지금은 모두 전산화되었지만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사이에 작성된 서류 중에는 출생, 사망, 주소이전 등을 국한문 흘림체로 써내려간 내용이 있었다. 한자 교육이 철저하던 시절에 교육을 받은 덕분에 내용을 이해하고 영어로 번역하여 의뢰자에게 서류를 넘길 때마다 고객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자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문정일 장로<대전성지교회 목원대 명예교수>


출처: 한국 장로 신문 http://www.jangro.kr/Jculture/


참고: 1969~1978년 10년간 신일에서 가르치다가 잠깐 미국에 다녀온 후, 대전 목원대학교에서 20년간 봉직. 2005년 8월말 정년퇴임 이후, 대전에서 <문정번역원>이라는 번역사무실 개설 운영. 본 내용은 금년 2년째 한국장로신문에 "신앙산책"이라는 칼럼에 격주로 올리신 글이다.


문정일 교수 약력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Northern Arizona Unviversity 대학원,세종 대학원 졸업. 숭실고, 신일고 영어교사 목원대 영문학과 학과장, 영자신문사 주간, 기획실장, 인문대학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역임 대산문화재단 한국문학 번역상,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 번역상, 코리아 타임스 한국문학 번역상 수상. 저서  <A HIstory of Christianity in Korea since 1945>,<Ambassadors for Chirst>, <Controlled English Writing>, <What is a church for?>, <벌거벗은 사람들> 등. 현재 대전 성지교회 장로, 목원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