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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원로 은사 칼럼-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



문정일 교수의 생활산책(72)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 

“크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라(마20:26)”


문정일(목원대 명예교수, 수필가)























입씨름으로는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는 교만한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말 빨이 아주 드센 초로(初老)의 할머니였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많은 이웃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구나!”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어머니가 조용했습니다. “그럴 분이 아닌데!”하며 이웃사람들은 매우 이상하게 여기며 수군수군하였습니다. 사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며느리가 들어올 때, 시어머니는 벼르고 있었습니다. 소위 일류대학을 나온 며느리를 처음에 꽉 잡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새 며느리에게 처음부터 시집살이를 시켰습니다. 생으로 트집을 부리고 일부러 심한 인격적인 모욕도 주었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전혀 시어머니에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며느리는 그때마다 시어머니의 발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느닷없이 며느리에게 “아니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웠냐?”하고 트집을 잡았지만 며느리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배워 온다고 했어도 시집와서 어머님께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많이 가르쳐 주세요”하고 머리를 조아리니 시어머니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또 한 번은 “너는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을 나왔다고 하느냐?”하면서 시어머니는 공연이 며느리에게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며느리는 도리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봐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해요, 어머니!” 매사에 이런 식이니 시어머니가 아무리 찔러도 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며느리가 무슨 말대꾸라도 해야 트집을 잡으며 나무라겠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인지 뭐라고 말 한마디 하면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 들어가니 불안하고 피곤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본래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내려가면 이쪽에서 불안하게 되고 이쪽에서 내려가면 반대로 저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 이기게 됩니다. 결국 나중에 그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그랬답니다. “내가 너에게 졌으니 집안 모든 일은 네가 알아서 하거라.” 시어머니는 권위와 힘으로 며느리를 잡으려 했지만 며느리가 겸손으로 내려가니 아무리 교만한 시어머니라 해도 겸손에는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이지 교만을 버리고 상대방의 발바닥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죽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겸손보다 더 큰 덕은 없습니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올라간 것입니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바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내려갈 수 있는 마음은 여유이고 동시에 행복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격언들이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은 신이 내린 최고의 미덕이다.” “겸손은 자신이 늘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여기고, 교만은 자신이 늘 미흡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겸손은 늘 미안한 마음이고, 교만은 늘 서운한 마음이다.” 이 격언들이 모두 “높아지려고 하는 자는 먼저 낮아져야 함”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나는 최근에 대전소재 某인쇄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대전에 있는 P대학이 제작한 《대학입시홍보책자》를 영어로 번역한 일이 있습니다. 이 대학은 서양선교사 아펜젤라(Appenzeller, 1858~1902)가 1885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기관인데 그 대학의 교훈이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입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마20:26)”는 성구를 당시 배재학당의 조성규 한문 선생께서 한역(漢譯)하여 배재학당 교훈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본 성구는 ‘겸손’과 ‘섬김’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이 민족의 선각자들—이승만, 서재필, 주시경, 김소월, 신흥우, 나도향, 지청천, 김옥균, 오긍선 등 많은 분들이 모두 "욕위대자(欲爲大者) 당위인역(當爲人役)"이라는 성경말씀을 교훈(校訓)으로 학교를 세우고 가르친 이 배움터가 길러낸 인물들입니다.


문정일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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