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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원로 은사 칼럼 -선배가 롤모델로 존경받는 사회





프로야구관전을 좋아하는 나는 여러 해 전, 대전 《한화(韓火) 이글즈》팀의 연고지인 ‘한밭야구장’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한 장면을 목격한 일이 있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의 MLB(美프로야구)의 선수로 활약한 박찬호(1973~ )선수가 미국 《LA 다저스》를 비롯한 몇 개의 팀을 전전하면서 17년간 선수생활을 하다가 일본 《오릭스 버펄로즈》를 경유하여 그의 친정팀인 《대전 한화》에 다시 돌아온 것이 2012년 시즌이었다.


금의환향한 박찬호 선수가 첫 등판하는 날, 나는 한밭야구장을 찾아 그의 첫 경기를 관전하였다. 그날 상대팀은 《OB 베어즈》였는데 경기가 시작되면서 첫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OB의 1번 타자는 이종욱(1980~, 現 NC 다이노스 코치)선수였다. 타석에 들어선 이종욱 선수는 투수석에서 볼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던 박찬호 선수를 향하여 모자를 벗고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공손한 자세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고 박찬호 선수는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듯,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역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답례를 하였다.


두 사람의 나이로 보면 박 선수가 이 선수보다 7년 선배이니 박 선수가 공주고등학교를 거쳐서 한양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미국으로 떠날 때, 이 선수는 중학교 3학년 정도의 나이어린 야구지망생으로 박찬호를 롤모델(역할모형)로 흠모하면서 야구를 했을 것이다. 그날 불과 10초 정도의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이벤트였으나 그 인상적인 장면은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후배는 금의환향한 선배에게 진정성 있는 존경심을 보여주었고 선배는 후배에게 아름답고 훈훈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연전(年前)에 가까운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 가운데 고전에 속하는 《세계 3대 테너(The Three Tenors)》의 공연에 관한 것이 있다. 1994년,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의 공연인데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예능계의 대선배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를 객석의 맨 앞자리에 앉히고 그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곡 『MY WAY』를 거장(巨匠) 세 사람이 온 정성과 있는 힘을 다하여 열창하는 모습이었다.


전 세계가 잘 아는 대로 《세계 3대 테너(The 3 Tenors)》란 파바로티(1935~2007, 이태리), 도밍고(1941~, 스페인), 그리고 카레라스(1946~, 스페인) 등 세 거장을 일컫는다. 1994년이라면 미국에서 월드컵대회가 열리던 해였는데 당시 <파바로티>는 59세, <도밍고>는 53세, <카레라스>는 48세였고 <프랭크 시나트라>는 한국나이로 치면 80세였다. 세계를 주름잡는 테너 세 사람이 높은 무대 위에서 아래쪽 객석에 앉아 있는 대선배를 그윽한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대선배의 히트곡 『MY WAY』를 열창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 거장 세 사람은 《프랭크 시나트라》를 향해 우렁찬 박수를 보내고 이날 객석의 주인공 《시나트라》는 관중과 함께 기립박수로 세 거장에게 화답하는 장면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관객들은 장내의 박수소리가 좀처럼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동안, 세 거장이 대선배에게 보내는 존경과 찬사를 보며 큰 감동을 받는다. 그 세 사람이 《프랭크 시나트라》에게 쉴 새 없이 ‘손시늉 키스‘를 퍼붓는다. 이들이 퍼붓는 ‘손시늉 키스’는 대선배를 향하여 “당신은 우리의 롤모델입니다.”라는 존경과 흠모의 제스처일 것이다. 노(老) 거장을 향하여 계속해서 보내는 3대거장의 ‘손시늉 키스’ 속에는 정중함과 진정성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개인적인 인생역정에는 많은 굴곡이 있었으나 미국국민들은 그의 만년(1997)에 이르러 그에게 미국 최고의 영광인 ‘미의회 금메달(U.S. Congress Gold Medal)’을 수여하여 20세기 미국의 상징으로 그를 추앙하였다.


이렇듯 선배가 후배를 사랑하고 후배가 선배를 존경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요, 실로 감동적인 광경이다. 우리 사회에도 많은 종교인, 예능인, 공무원, 정치인, 의료인, 교육자, 언론인, 사업가 그리고 스포츠맨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가면서 후배들로부터 진정한 사랑과 존경을 받는 ‘롤모델’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문정일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