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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42 된장찌개가 그리운 이유 김동식 원로 교사


미국 애틀란타 김동식 독자님의 '살며 생각하며'
등록: 2021-09-22 16:52:00 (최종수정: 2021-09-22 16:52:71)




어느덧 외국생활이 42년째다. 한국에서 40년을 살았고, 미국에서 42년째 살고 있으니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오래 산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한국식품이 있는데, 바로 된장과 간장, 고추장, 그리고 김치다.


어떤 이는 한국의 것만 고집하면 미국생활에서 낙오되기 쉽다며 미국에 왔으면 식생활부터 한식은 완전히 버리고 미국식으로 바꾸라고 충고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다른 것은 그렇게 할 수 있어도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시큼한 김치를 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42년의 미국생활에도 된장과 고추장, 김치를 버릴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한식당엘 가면 으레 된장찌개를 주문한다. 종업원이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식탁에 놓을 때 구수한 냄새로 이미 입속엔 군침이 돈다. 그 옛날에 자주 먹었던 그 맛을 그리며 한 숟갈을 살짝 떠서 첫 맛을 본다. 그 맛이 몸이 기억하는 맛과 비슷하면 속으로 주문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차이가 많으면 그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고, 그런 날에는 온종일 우울하기까지 하다.


된장찌개를 먹을 때면 어린 시절 장 담그는 풍경이 떠오른다. 부정을 타지 말라고 손 없는 날을 택해서 이른 아침부터 맑디맑은 물을 물지게로 져 나르고, 장독은 짚으로 불을 질러 소독을 하고, 메주는 깨끗이 씻어서 비로소 장을 담는 작업이 시작된다. 소금과 메주, 물을 독에 채운 다음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을 새로 담그는 독에 몇 바가지를 섞어서 햇볕이 잘 드는 장독대에 자리를 잡아서 앉혀 놓는다. 메주와 소금, 물의 비율은 어머니의 비법이라 아무도 모른다.


그런 다음 참나무 숯을 몇 개 맨 위에다 띄운다. 그리고 뚜껑을 덮은 다음 외로 꼰 새끼줄에 숯과 빨간 고추를 듬성듬성 꼽아서 금기 줄을 만들어 뚜껑의 가장자리를 따라 쳐 놓는다. 이렇게 하여 봄철에 담갔으면 그 이듬해 봄에 맛을 보고 다 익었다고 판단되면 메주를 건져내고 체에 걸러서 간장을 따로 보관한다. 이 간장을 다시 가마솥에 끓여낸 다음 하루 동안 식혔다가 다시 독에 담아서 간직한다. 그리고 따로 보관하는 메주는 어깨여서 필요에 따라 소금을 더 쳐서 따로 보관한다. 이것이 곧 된장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누렇게 황금빛이 난다.


고추장도 담그는 순서가 장 담그는 순서와 비슷하다. 엿기름을 갈아서 가루를 만들고 고춧가루와 엿기름을 비율에 맞게 잘 섞어서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어머니의 비법에 따라 함께 잘 섞는다. 그리고 물과 소금도 어머니의 비범에 에 따라 비율을 지켜서 부은 다음 역시 금기 줄을 쳐서 새로 만든 것을 표시해 놓는다. 어머니 외에 아무도 그 새로 담근 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빚어낸 간장과 된장, 그리고 고추장을 먹고 자란 사람이 바로 나이며, 우리 한국인이다. 그런데 이것을 잊으라고? 없다고 생각하고 먹지 말라고?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안 된다.


한류의 붐을 타고 한식(K-Food)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치는 미국식품점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토속적인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은 아직 미국식품점에서는 팔매하지 않는다. 한식 세계화의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통적인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미국의 대형 식품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때가 머지않은 것 같다.


그 어디에 살든 한국인이면 된장, 고추장, 간장, 그리고 김치는 꼭 밥상에 올려야 함은 수치가 아니라 크나큰 자랑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외국생활을 오래 했어도 음식만은 바꾸고 싶지 않다. 아니, 바꿀 수가 없다. 그것이 나의 뿌리이고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동식님은>
- 2021년 현재 미국생활 42년째이며
- 35년간 Whole Foods Market에서 근무했고
- 애틀랜타 한인 문인회 회장을 역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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