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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정월, 불야성 종로에서


<2012년 1월27일 사봉위>
                임진년 정월, 불야성 종로에서
 
요즘이야 강남이 번화하다지만 태종이 돈화문에서 종로거리까지의 행랑에 시전을 열고 운종가에 육주비전을 설치한 이래 종로는 번화한 거리의 대명사가 되어 왔다. 뒤를 이어 세종이 종각을 운종가와 남문을 잇는 현 위치로 이전하고 2층으로 치장한 이후, 종로통은 한성의 번화한 중심가가 되었다. 뒤에 경희궁이 치장되고 당주동으로 이어지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야주개거리(요즘의 새문안, 신문로)는 그러한 종로거리를 더욱 번화하게 만들었다. 일정때도 , 해방후에도 개발시절에도 화신, 신신으로 대표되었던 이 거리는 번화함의 대명사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불야성(不夜城)이었던 것이다. 종로는. 그런데 이 불야성의 뒤편에는 가정을 잃고 풍찬노숙(風餐露宿)하는 노숙자들이 있으니, 거 참 묘한 컨트라스트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鐘路不夜城 (종로불야성)
 
鐘路不夜城 香來輝煌閣 종로불야성 향래휘황각
朔風吹不盡 勘考思露客 삭풍취부진 감고사노객
 
종로거리는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데,
휘황찬란한 불빛을 내뿜는 건물들에서는 밤의 향기가 풍겨나오네.
겨울 찬 바람은 이직도 긎지 않아........
재삼재사 노숙자들을 생각하게 하네.
 
번화한 종로거리를 야밤에 휘젓고 다니면서 노숙자급식을 하노라면 ‘그들이 안 되었다는 마음’과 ‘그런대로 그들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거기서 건져낼 수 있을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곤 한다. 복안은 여러 가지 있지만 모두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현재로서는 쌀이나 가끔 가져다주고, 기증된 저금통의 동전이나 세어주고, 친구들 들볶아 찬조금이나 후원물품을 내게 하고, 짬짬이 시간내어 야간 급식봉사에 참여해서 돕는 수 밖에 없다. 일정시절 황금정(黃金町)으로 개발되었던 을지로통의 2호선 지하철따라 지하통로가 생긴 이래, 그곳은 바람막이가 있는 노숙자들의 숙박장소가 되었고 지금은 가장 많은 노숙자들이 머무는 곳이 되었다. 객담이지만 뭐 금융자본의 폐해를 지적하는 움직임인 Occupy Wall Street같은 범주의 운동이 지금 젊은이들 중심으로 여의도 금융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처럼 활로가 점점 적어지면 노숙자들에 의한 사회불안요인이 증가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주는 벌써 두 번째나 야간 사역에 참가하게 되었다. 구정 전날인 지난 주일날도 사람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참석하였고, 오늘 1월 27일 금요일은 사회봉사위원회의 정기봉사일이라 부득이하게 참석해야만 했다. 내일 불암산으로 육산회 등산도 가야하는데 몸에 자꾸 무리를 주니 이것참 곤란하다 싶기는 하지만 다 팔자려니 하고 맘편하게 급식에 나섰다. 겨을이 되고 추우면 봉사자의 숫자는 줄어든다. 보통 2,4주 금요일은 그 다음날인 2,4주 토요일에 쉬는 곳이 많아(특히 학교들) 봉사자가 차고 넘쳐 돌려보내기도 하지만 오늘 같이 추운 날은 예외였다. 신일 YB나 참석예정 교회 2군데가 안와서 우리 신일 OB과 농아 장애자 교회팀이 급식사역을 했다. 소수의 사역이어서 일은 상대적으로 바빴지만, 농아장애자가 노숙자를 위해 급식 사역에 나선다는 실로 은혜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참석한 OB는 이금철(4회) 선배님과 그 집에 같이 사시는 이명채(신일여고 4회)여사, 지난달에도 참가했던 15회의 기린아 잘 키운 아들을 가진 야구선수 후배 설용철(15회), 그리고 설후배의 아들 설우준(석관고 1년), 마지막으로 예산 한푼 없고, 인원도 별로 없는 허울뿐인 사회봉사위원장, 삼마나 교주 윤원구(6회)의 다섯 명이었다. 15회의 김기천이는 집안에 상가가 생기는 바람에 오지 못하였다. 시의회 앞 지하도에서는 내가 밥푸고 아니 머리에 털나고 첨 밥푸는 것이여~ 증말로....... 금철이형이 밥그릇 주고, 설용철이가 건더기 얹고.......
 
자꾸 이야기하지만 어떤 계기로든 노숙자의 대열에 한번 끼게 되면 거기서 벗어나기란 매우 힘들다고 한다. 미약한 사회안전망을 고려할 때 경계선상에 있는 노숙자들의 사회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복합적이고도 중층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또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할까 두려워 돕지 못한다면 안심해도 좋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도와나갈 때 여러분이 그 분깃을 때때로 감당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신일총동문회의 “사회봉사위원회”로 연락하면 된다. 여러분이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면 다음의 구좌로 송금하면 된다. 익명을 원한다면 송금시 ‘익명(anonymous)’이라 표시하면 된다.
 
(사회봉사위원회) 우리은행 1006-201-313151 (예금주) 신일고등학교 총동문회


<사진설명> 사진 윗줄 왼쪽 첫 번째
오뎅국물통 앞에서 대기중인 설용철(15회) 후배님.
사진 윗줄 가운데 빨간 밥통에서 영심히 밥을 푸고 있는 사회봉사위원장 윤원구(6회)
사진 윗줄 오른쪽 공손히 서서 후배 윤씨에게 밥그릇을 전해주고 있는 이금철(4회) 선배님
사진 아랫줄 왼쪽 신일 OB 단체 사진, 왼쪽부터 설용철(15회)후배님, 그 아들 설우준(석관고1), 이명채(신일여고 4회)여사, 이금철(4회)선배님. 윤원구(6회)는 얼루 튀었냐고? 아 교통편 때문에 조금 일찍 도망갔지라.
사진 아랫줄 오른 쪽 농아장애우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이기고 노숙자 돕기에 참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