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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필(22회) 전시회 안내


전  시  명:  <한성필 개인전_Façade_Dissimulation>
전 시 기 간:  2021.03.09(화)-04.29(목)   /  *COVID-19로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관 람 시 간:  월-금 10:00 –18:00, 토 11:00-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전 시 장 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 SPG Dream Bldg. 8층 아트스페이스 J


금새라도 흘러내릴 듯, 위태롭게 뒤틀린 형태의 건물 외벽은 흡사 19세기 후반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이거나 미지의 미래 도시에 있을 법한 건물 같기도 하고, ‘프랑스의 모든 영광에게 (이 건축물을 헌정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과거 절대왕정의 찬란한 위용을 드러내는 베르사이유 궁전 건물의 내부를 배경으로는 동시대의 평범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의 <빛의 제국>에 드리워진 신비스런 커튼을 열고 들어가면,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1525-1569)의 <이카루스의 추락>과 한스 멤링(Hans Memling, 1430-1494)의 <성 세바스찬의 순교>를 비롯한 15-17세기 플랑드르 회화에서부터 현대미술로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될 것 같고, 프랑스 칸느의 극장 건물 벽면에 새겨진 CINEMA CANNES 글자 위아래로는 대서양 건너 황금기 할리우드 시대의 배우들과 촬영현장이 펼쳐진다.

쉼 없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보는 이의 숨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이 생경한 풍경들은 한성필의 Façade 연작들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건축물의 복원 현장에 설치된, 실재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가상의 파사드에 매료된 이래, 한성필은 '재현'이라는 문제의 실마리가 되어준 파사드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교묘히 뒤섞음으로써 눈 앞에 보이는 것들 너머, 또 다른 세계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이 가상의 파사드는 앞서 존재했던 복원될 원본의 복제일 뿐 아니라,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피사체이며, 동시에 앞으로 그곳에 존재하게 될 건축물의 원형이다. 즉 한성필의 파사드는 과거인 동시에 현재이며, 더불어 미래의 공간 속으로 순간과 지속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SF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하여 만들어낸(simulation) 장면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듯,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 속 주인공들이 런던 킹스크로스역에 있는 비밀의 9와 3/4 승강장 벽면을 통과하여 호그와트로의 신비한 모험을 떠나듯, 우리는 한성필의 파사드를 통해 잠시나마 중세시대 유럽의 소도시와 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나 혹은 가보지 못한 상상 속 미래도시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

전 세계 여러 도시를 찾아 다니며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파사드를 카메라에 담던 작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성필은 2009년부터 직접 대형 가림막을 설치하고 이를 촬영하여 관람객들 앞에 펼쳐놓기 시작한다. 작가가 보다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공간에 개입하여 한층 더 정교하고 촘촘하게 가상과 현실 사이의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파사드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에는 원본만 있었고, 그리고 현재는 원본과 함께 그곳에 있지만, 앞으로는 거기에 있지 않을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낸 한성필은 정작 예술가인 자신은 마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듯 짐짓 시치미 떼며(dissimulation) 그저 파사드 뒤로 한걸음 물러서 있을 뿐이다.

흔히들 ‘현대예술은 사기’라고 말한다. 대중의 눈에 ‘사기’로 비친다는 것은 그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관습들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는 뜻이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예술은 ‘고급 사기’이다. 작가의 상상적 유희로 만들어낸 파사드 작업으로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 대한 시각적 접근을 통해, 결국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개념적인 질문을 부여하고, 이를 감상자들이 각자 스스로 생각한 대로 느끼고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한성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너머로의 사유를 이끌고,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도 고급 사기이다.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궁극적으로 대중의 사유 패러다임을 바꾸는 지적 유희가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라면, 이에 대중이 공감하고 응답해 줄 때 유희로서의 예술이 더 큰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8의 포스터에 나오는 문구가 생각난다. “함께하면 사기도 예술이 된다.” 그러니 영리한 동시대의 사진가 한성필이 만들어내는 예술적 유희에 모두가 흔쾌히, 그리고 즐겁게 동참해보면 어떨까.                                                         
(큐레이터 한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