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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파워 인터뷰 염재호 고려대 총장(문화일보)


“유람선 타기보단 스스로 뗏목 만드는 ‘개척 지성’ 필요”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스타 교수로 불린다. 지난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TV 합동토론 때 사회를 맡아 서글서글한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더니 이듬해 SBS 시사토론 프로그램 ‘염재호 교수의 시사진단’을 진행하면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 총장실에서 만난 염 총장은 10여 년의 세월이 비켜간 듯 흰머리만 늘었을 뿐 준수한 외모는 여전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TV 토론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보여주던 여유와 편안함 대신 4수 대학 총장의 열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의욕이 넘쳐 뒷말이 앞말을 삼키는 등 말을 더듬기도 했다. 2006년 16대 총장선거 도전 이후 줄곧 그의 머리와 가슴을 채워온 대학교육의 혁신과 고려대 발전 구상의 핵심 화두는 ‘개척’이었다.

―대학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시대에 따라 대학의 역할도 달라진다고 하는데 총장님이 생각하는 2015년 한국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학사회를 변화시킨 추동력에 2∼3가지가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 혁명이 일어나면서 우리 사회 시스템이 바뀌었다. 20세기의 제조업 중심 대량생산체제는 사라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청년실업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고용의 70∼80%를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10%도 책임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산업구조는 20세기에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북유럽은 이미 사회적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이 고용의 2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이 거대한공장을 지어도 모두 자동화돼 관리인원은 30명 정도면 된다. 더구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1950년대에는 평균수명이 58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80세가 넘었다. 저출산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이렇게 산업구조와 인구 구성이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20세기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백과사전류의 지식은 이미 오픈돼 있어 어디서나 편하게 얻을 수 있는데 대학에서는 아직도 그런 것들을 가르치려 한다. 이제는 안목을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이 보편화돼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경우가 없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최근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70%대에 육박하고 있는데 미국의 진학률이 40∼50% 정도고 독일의 경우 20∼30%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대학교육도 보편교육 틀로 접근한다. 그 결과 우리 대학들은 우리 사회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대학 간 줄서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여전히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곳이다. 그래서 엘리트 교육을 해야 하며 따라서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규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대학교육의 변화를 위해 3무 정책을 도입한다는데. 

“우리 대학들은 아직도 강의실에서 출석을 불러야 한다. 출석 체크를 하지 않으면 교육부의 징계 대상이 된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도 몇 년 전 출석부 관리를 안 해서 30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5분 이상 출석 체크를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대학의 강의는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출석부를 없애려 한다. 상대평가도 문제다. 대학에 와서도 학점의 노예가 된다. 지적 호기심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강의를 선택하고 공부를 한다. 대학에서 치르는 시험에 감독이 필요한 것도 문제다. 부정행위가 불가능한 시험을 내도록 해 시험감독을 없애려고 한다. 이렇게 교육부가 기여입학, 고교등급, 본고사 등 3가지를 금지하는 3불 정책을 고수하듯이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감독이 없는 3무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 대학하면 떠오르는 것이 자유, 정의, 진리다.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고 연구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규제하는 식으로 가면 대학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으로 ‘개척하는 지성’을 제시했는데. 

“20세기는 대량생산체제의 시대로 효율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사회였다. 그러다 보니 관료주의적이고 표준화된 사람들이 조직에 적응을 잘하고 뛰어난 인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컴퓨터가 관리를 대체하면서 사무직 근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대폭 줄었다. 농경사회에선 그린칼라가, 산업혁명 이후에는 블루칼라가, 20세기부터 대량생산사회에서는 화이트칼라가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컴퓨터가 나온 이후에는 골드칼라, 즉 창의적 생각을 하는 사람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아직도 대기업 가려고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올해 입학식에서도 얘기했지만 이제 더 이상 쾌적한 여행을 하려고 모든 것이 잘 갖춰진 유람선을 기다려선 안 된다. 스스로 뗏목을 만들어 미지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는 금광개발로 골드러시가 시작된 때인데 역마차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렇게 부를 축적하면서 철도가 개발됐다. 그런 모험정신이 이어진 게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고 스탠퍼드대이다. 이처럼 모험을 통해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창조적인 성과를 일궈내는 인재가 바로 ‘개척하는 지성’이다. 우리 사회에는 직장에 취직한 뒤에도 아프면 엄마가 회사에 결근하겠다는 전화를 한다고 한다. 이런 ‘헬리콥터 맘’이 있는 사회에서는 21세기가 원하는 엘리트를 키울 수 없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최근 대학의 연구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육기능과의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대학의 연구 역량이 부족해 지난 20여 년간 연구기능을 강조하다 보니 교수가 연구원처럼 연구업적에만 치중해 학생들의 교육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앞으로 교육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 한다. 50∼1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강의는 20세기에 맞는 강의다. 20세기에는 전문지식을 많이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강의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강의는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다. 그건 학교 밖에서도 할 수 있다. 이제 ‘뒤집힌 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강의실 밖에서 해온 숙제나 프로젝트를 했다. 이제는 강의는 강의실 밖에서 듣고 강의실에서는 교수가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토론을 통해 풀어가는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즉 집에서 강의를 듣고 학교에서 숙제를 하는 셈이다. 이런 수업은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10∼15명의 교육조교를 둬서 이들이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연구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지식의 전수가 아니라 지식을 창조하는 곳이 돼야 한다. 21세기는 정답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갖고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대학에서 개척하는 지성, 창조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그런 인재를 수용하는 구조와 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상대적으로 벤처 창업과 같은 도전과 모험을 하기에는 리스크(위험부담)가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는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시의적절한 화두다. 문제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 산업화시대의 수단을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 첨단 산업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압축성장을 했다. 전후 50년간 전 세계 경제는 평균 6.6배의 성장을 이룩한 반면, 우리나라 경제는 1971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87배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산업정책이 주효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높게 평가하는데 바로 그 교육방식을 버려야 한다.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郞)가 쓴 ‘실패의 본질’이란 책이 있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러일전쟁 때 함대 때문에 승리하면서 일본은 거대한 배와 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레이더가 발전하고 있는데도 큰 배와 포만 만들다 제대로 활용해 보지도 못하고 배가 침몰하고 말았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뒤에는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미국과의 전쟁에서는 정신력이 통하지 않았다. 이처럼 실패의 본질은 과거의 성공이다. 따라서 우리도 과거 성공신화에 빠져 있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산업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덧붙여 패자부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은 창업했다 실패하면 다시 공부하거나 연구를 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3∼5년간 사업하다 실패하면 인생이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풍토를 바꿔야 한다. 벤처에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연봉 3000만 원에 4대 보험 보장받으면서 일정 기간 연구를 할 수 있는 휴식처를 만들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가 연간 17조8000억 원쯤 되는데 이 중 3000억∼5000억 원만 투자하면 1만 명 정도를 지원할 수 있다. 3000억 원이면 팬텀기 한 대 값 정도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도전정신과 창조정신이 생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률도 10%밖에 안 된다. 대기업의 기술 독점도 문제다. 교수들이 대기업과 산학협력을 꺼리는 이유는 불공정 계약 때문이다. 연구비 1억∼2억 원 준 뒤 성과가 나면 모두 가져간다. 미국은 기여한 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기술을 개발해 수백 억, 수천 억 원을 버는 성공신화가 만들어져야 다른 교수나 학생들이 도전의식을 갖게 된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는데 기초과학 연구나 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에는 변화가 있나.

“정부 지원 방식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미국은 연구비를 연구지원비 개념으로 주는 반면 우리 정부는 연구비를 사업비로 준다. 그건 성과를 전제로 한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우리 학교에 뛰어난 교수 한 분이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했다. 3년간 매년 보고서를 내면서 6억6000만 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해오다 기초과학연구원(IBS)으로부터 8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중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하나를 포기해야 했는데 연구재단 지원을 포기했더니 지원받은 6억6000만 원을 토해내라고 했다. 외국에서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연구를 투자가 아닌 사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인재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입시의 개혁도 필요하지 않나.

“옛날에는 시험문제 낼 때 한 줄을 냈는데 미국에서 귀국해서는 한 페이지 정도 분량의 분석문제를 낸다. 커닝할 자료도 없지만 커닝할 시간이 없는 문제를 낸다. 학생들이 무슨 책을 봐야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정답이 포함된 책은 없다. 본인이 고민해서 풀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탐구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틀리지 않는 요령만 배웠다. 그걸 바꿔야 한다. 그래서 고려대는 인재발굴처를 만들어 직접 학생을 찾아 나서려 한다. 사교육을 많이 받아 틀리지 않는 요령만 터득한 학생은 뽑지 않을 것이다. 도전정신에 충만한 원석과 같은 학생을 뽑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최근에는 정답만 맞히는 지원자는 뽑지 않는다고 한다. 정답만 맞히는 아이들은 도전정신이 부족해 문제를 정면으로 대하지 못하고 자신이 없으면 피해 간다.”

―인재발굴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같은데 현행 대입제도하에서 가능한가.

“안타깝게도 3월 말까지 2017학년도 입학전형을 제출해야 했다. 결국 인재발굴처는 2018년부터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입시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너무 규제가 많다. 대학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자율이다. 15년 전에 일본 게이오(慶應)대의 지방 캠퍼스에서 학생 선발과 관련 주목할 만한 실험을 했다. 4월부터 고교 3학년생들로부터 ‘나를 뽑지 않으면 게이오대가 손해 보는 이유’를 담은 자기 추천서를 받았다. 교수들이 그 추천서를 검토한 뒤 학과별로 교수들이 뽑고 싶은 학생들을 선정해 주말에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사교육으로 버터 온 학생은 10분만 인터뷰해도 잠재력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키울 만한 인재를 발견하면 시점에 관계없이 합격증을 준 뒤 다음 해 4월 입학할 때까지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입학한 뒤에는 1, 2학년 동안은 대학 정규 교육을 받고 3학년 때부터 교수들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이런 학생 선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이 대학은 본교가 아닌 지방 캠퍼스임에도 전국에서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사교육 시장이 싫어하겠지만 대학입시와 관련 교육부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 왜 학생을 1년에 한 번만 선발해야 하나. 현행처럼 연말에 선발하고 봄에 다시 시험을 봐서 가을학기에 입학하면 재수도 몇 개월만 하면 되지 않나. 외국에서는 가능한데 왜 우리는 안 되나. 사실 이런 변화는 어려운 게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다.”

―정부가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등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역대 정부들이 예외 없이 사교육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교육은 오히려 늘어났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나.

“정부의 3불 정책 중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금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본고사를 폐지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사교육은 오히려 늘어났다. 더구나 정부가 공교육에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이 잘되면 왜 사교육 시장이 번성하겠나. 사실 사교육 문제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대학입시가 사교육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큼 대학도 책임이 없지 않다. 물론 대학의 학생 선발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대학도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학생을 뽑아야 한다. 즉 사교육을 안 받은 학생을 뽑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지적했듯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은 미래형 인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고려대의 경우 게이오대의 지방분교처럼 면접을 위주로 학생을 뽑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면접을 통해 국문과는 문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뽑는 등 해당 학과에 맞는 재능을 가진 학생을 뽑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단일한 기준과 정해진 틀로 학생을 선발하면 다양한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최근 교육부도 학생 선발에 있어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대학이 알아서 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학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려대 출신들은 사회에 나가서 지나치게 동창을 챙기는 등 배타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고려대생들은 시끄럽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 동창생들 간의 인간적인 유대가 강한 것이지 고려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창을 배타적으로 챙기는 경우는 없다. 서울대나 연세대의 경우 모교 출신 교수 비율이 90%대에 달하지만 고려대는 50%에 그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려대 출신들은 프로답게 실력으로 개척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개척하지 배척하지 않는다.” 

인터뷰 = 박민 정치부장 minp@munhwa.com


1세기형 인재에 꼭 필요한 덕목 ‘公共善’


▲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8일 안암 캠퍼스 총장실에서 21세기형 인재에 필요한 덕목인 공공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초·중·고교에 대한 우리 공교육이 지난 50년간 대단히 성공적으로 작동했지만 이제 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최근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조벽 동국대 교수의 경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고 인성교육의 핵심은 마음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중·고교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어떤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나.

“대부분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으며 순위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신자유주의 체제나 대량생산 체제에 맞을지 모르지만 감성과 개척정신이 중요한 21세기형 인재가 되지 못한다. 개척정신을 가지려면 사회와 계속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공선’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공선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자 공감하는 마음이다.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초·중·고교에서 음악이나 미술의 실기교육만 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실기교육을 해야 한다. 공감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습득된다. 고려대에는 다양한 사회봉사단이 있는데 통일 이주민이나 장애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 지원 동아리의 경우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학교 내에 카페를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학생들은 이런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나와 다르지만 더불어 산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할 때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이처럼 창조적 마인드나 개척정신도 공공선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적정기술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따뜻한 기술’이라고 표현한다. 공학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이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기술개발을 통해 보다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말에 총장이나 교수, 학생들이 산동네에 가서 연탄을 날라주는 것도 좋은 봉사활동이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산동네 사람들이 싼값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패시브하우스(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를 만들어 에너지 사용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도록 한다면 산동네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허리 아픈 노인들이 지팡이를 대신해 끌고 다니는 유모차를 우산처럼 접고 펼 수 있게 만드는 기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가 없는 지역의 주민을 위해 자전거와 세탁기를 연결해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바이어 슬롯 기술 같은 것이 따뜻한 기술이다. 우리나라 굿네이버스 팀들이 움막생활을 하면서 젖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다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 제3세계 사람들을 위해서 새로운 연료를 개발했다. 매년 새로 자라는 갈대를 드럼통에 넣고 태운 뒤 남은 숯가루로 갈탄을 만들어 쓰도록 한 것이다. 갈탄을 쓰다 보니 연기가 나지 않아 암 발병률이 줄었고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가속화되던 사막화도 막을 수 있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3세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염 총장은… 총장 선거 3번 고배, 꽃미남 교수로 인기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은 모교인 고려대에 대한 애정이 넘쳐났다. 총장실이 있는 본관 건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 “40여 년 전 고려대 재학생일 때 이 건물 3